루벤스가 그린 한복입은 남자
link  정일우   2021-05-16
루벤스가 그린 '한복입은 남자'

성지 예루살렘을 여행했을 때 나를 인도하던 이스라엘 공보성 관리가 '코레아'라는
성을 가진 이름난 사제가 있는데 혹시 당신 나라인 '코레아'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주기에 한번 찾아가보았다. 지금은 그 교회이름을 잊어버렸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쓰러진 지점에 세워진 시장속의 그리스
정교 교회였다. 하얀 수염을 기르고 검은 법복을 입은 60대의 이 코레아 사제는
자신의 선조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조부로부터 들어 알고 있으며, 이교도로부터
박해를 받고 쫓겨나 이탈리아 로마 근교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 그가 그의 이름의
내력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코레아란 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으나 로마나 플로렌스 인근에 더러
살고 있으며 대대로 성직자로 많이 나간다고 했다.

1606년 기구한 인생의 곡절을 겪고 이탈리아의 한 성당에서 일하기 시작한 한국
소년 안토니오 코레아. 그 소년이 내가 만나 사제의 바로 그 선조인 것이다.
그 안토니오 코레아가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17세기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의 모델일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인생유전을 알아보자.

플로렌스에서 태어난 프란체스토 카르레티란 젊은이가 세계일주길에 이론
나가사키에 도착한 것이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7년 이었다. 그곳에서
한국포로들이 헐값으로 매매되고 있는 걸 보고 한국 소년 5명을 단가 12스큐드씩
주고 산다.
당시 1스큐드가 영국돈 4실링에 해당했으니 당시 실링시세가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요즈음 시세라면 3천원도 안되는 헐값이다. 그중에서 이탈리아말을 빨리 익힌 가장
영리한 한 소년만을 고향 플로렌스로 데리고 간다.

그것이 1606년 이었다.
세례명 안토니오에 성을 '코레아'라 지어줌으로써 이탈리아 한국이름의 시조가 된다.
그 후 카르레티는 란 그의 세계일주 기행문을 써서 남기고 있는데,
그 가운데 "안토니오는 지금 로마에 살고 있다"고 이탈리아 한국이름의 동정을 적고
있다.
마침 그 무렵에 루벤스는 로마에서 늑멱염을 앓고 있으면서 성당에 그림 그리는 일을
쉬고 귀족의 초상화나 잉크 초크, 목탄으로 소형 파넬으리 스케치만 하고 있던 때였다.
스케치 모델이 된 한국인의 모습도 앳된 것으로 미루어 안토니오일 가능성이 높다.

그 내력이야 어떻든 이 그림은 3백70여년 전의 한 한국 젊은이의 세계사적 비약을
입증하는 역사적 증거물이란 점에서, 또 그 소년이 고국을 던나 지 10여년 넘게
민족의상을 벗지 않고 집요하게 입어내린 그 주체적 고집이 요금 줏대없이 흐늘거리는
구미 사대풍조에 뭣인가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값 이상의 값이 내포된 이 그림을 누군가 한국재벌이 사들여 우리 박물관에 걸어두었으면 싶다.









(1983.12.4) 이규태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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